□2024 수산부산물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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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산부산물 국제포럼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4.02.26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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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원재료로 주목받는 어류부산물… 한국은?

국내 어류부산물 발생량 49만 톤 중 10만 톤만 재사용
나머지 39만 톤은 902억 원가량 들여 폐기물로 처리해
바이오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산부산물 대부분은 수입산
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의약품·화장품·식품 등에 활용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수산부산물법)’을 제정해 그동안 폐기물로 취급되던 조개류의 껍데기를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제 수산부산물법 적용이 되지 않은 어류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1일 ‘2024 수산부산물 국제포럼’을 열고 오래전부터 어류 등의 수산부산물을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로 사용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의 기술 동향을 살피고 국내에 적용 가능한 활성화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수산부산물 재활용률 20% 수준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4.66kg으로 일본(46.65kg), 중국(40.33kg), 미국(22.45kg) 등 다른 국가보다 많았다.

수산물 섭취량이 많은 만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의 부산물 양도 많은 편이지만 국내에선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수산물의 최근 10년간 부산물 발생량은 약 109만 톤으로 수산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수산부산물 재활용률은 21만8000톤으로 발생량(112만1000톤)의 19.5% 수준밖에 안 된다.

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어류부산물은 연간 49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10만 톤(약 20%가량)가량만 산업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39만 톤은 약 920억 원(톤당 23만7000원)의 비용을 들여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서도 수입되는 수산부산물

국내에서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수산부산물이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산 수산부산물이 쓰이기도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수입산 활용 비율이 더 높다. 

KIOST 오홍철 책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활용되는 수산부산물의 20.4%는 수입산이다. 세부적으로 비료·사료산업의 수입산 사용비율은 9.6%, 식품산업은 44%, 바이오산업은 100%로 나타났다. 즉, 국내 대부분 바이오기업은 수입산 수산부산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국내산 수산부산물이 고부가 산업소재 원료로 활용되기 위해선 품질이 뛰어나고 위생과 안전성이 보장된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오 연구원은 “가공부산물은 공정별로 부산물을 분리 배출하는 것은 물론 이물 제거, 세척, 저온 보관 등을 통해 식품 수준의 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위생과 안전성 확보가 필수이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시설 기반의 위생 공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중 편차 없이 원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편리한 원료 사용을 위해 공정별 수산부산물 분리 배출 인프라를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사례

아이슬란드는 2012년 기업과 기관 간 네트워킹을 돕는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IOC)’를 구축하고 수산물의 완전한 이용을 목표로 하는 ‘100% 피시(FISH)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40~50%가량만 활용되던 대구 이용률은 현재 부산물을 포함해 90%까지 가능해졌다.

IOC의 알렉산드라 리퍼 CEO 발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기업들은 수산부산물을 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초기엔 말린 대구머리를 나이지리아에 수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존 공정을 활용할 수 있고 단순 기술에만 집중하면 됐기에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생선 가죽을 만든 것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 생선 가죽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 만큼 지금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생선 가죽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케레시스(Kerecis)다.

케레시스는 손상되지 않은 생선 껍질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상처와 화상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슬란드 정부의 도움으로 첫 시제품을 선보인 이후 지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득했고 성장을 거듭하다 2023년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인 덴마크 콜로플라스트(Coloplast)에 13억 달러에 인수됐다.

이 밖에도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구 부산물을 원료로 한 단백질보충제와 콜라겐이 함유된 에너지음료, 화장품, 의약품, 반려동물 사료 등이 개발돼 판매 중이며, 대하 껍질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과 혈액응고제 등도 출시됐다.

아이슬란드와 더불어 노르웨이도 일찍이 수산부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노피마(Nofima)가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과 생산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노피마의 바드 토마스 오스트뱅 해산물부서 책임자는 이번 포럼에서 “노르웨이는 2022년 기준 87%의 수산부산물을 활용했다”면서 “노르웨이 연어 대부분이 가공공장을 거치기 때문에 부산물을 활용하는 것이 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부산물을 최대한 활용해 폐기물을 줄이려면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연구와 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업사이클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물 활용 범위 넓히는 일본

북유럽 사례처럼 고도화는 이뤄지지 않았어도 일본의 수산부산물 활용 사례 범위도 넓다. 

가쓰오부시를 제조하는 일본 기업 ㈜가네도라는 기존 가다랑어 부산물로 사료나 비료를 만들어오다가 최근 신선한 상태의 부산물을 대량 배출하게 되면서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게 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가네도라의 테라오 히도히데 전무는 “신선한 가다랑어 부산물로 가쓰오네리부시(페이스트화된 어육)를 만들었고, 또 하나는 가다랑어와 참치 부산물을 활용해 고품질의 반려동물 건사료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상품 모두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수산부산물을 자원화하기까지 어려움도 만만찮았다”면서 “선도가 뛰어난 수산부산물을 안정적으로 수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등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5~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수산부산물을 자원화하려는 노력이 꽤 일찍부터 시작됐다.

분카대학교 경제학과 야마시타 하루코 특별임용교수는 “1998년에 찍은 오사카중앙도매시장 사진을 보면 이미 수산부산물 하치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며 “수산부산물을 모아 어분으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수산부산물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을 관찰한 결과 규모, 범위, 밀도, 속도의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수산부산물을 폐기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수산부산물을 처리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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