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수산물, ‘소비자 저항’과 ‘캐즘’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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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수산물, ‘소비자 저항’과 ‘캐즘’ 고려해야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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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연구위원
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연구위원

지난 1월 11일 ‘2024 해양수산전망대회’가 어김없이 개최됐다. 매해 수산 분야 가장 큰 관심사는 어업별 생산량인데, 올해는 다소 긍정적이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전년보다 1.3%, 해면양식업 2.5%, 원양어업 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량은 380만 톤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 국민의 중요한 먹거리인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여전히 9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혹자는 “부족한 수산물은 수입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세계적으로도 남획, 해양 오염, 관리 부실 등으로 수산자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수산자원 보호 기조는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수산물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FAO의 ‘2022년 세계 수산양식 현황’에 따르면 세계 수산물 소비량은 1961년 이후 연평균 3.0% 증가했는데, 인구 증가율(1.6%)을 훨씬 앞선다. 1인당 소비량도 1960년대 9.9kg에서 2019년 20.5kg으로 급증했으며, 2030년에는 21.4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산물 생산은 제한적인 데 반해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의 수산물 생산 체계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산자원 남획과 기후 변화 등으로 현재의 글로벌 수산자원은 1970년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 연안 오염원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 해양 오염에 대한 우려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 수산물이 회자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참치회사인 태국의 유니온그룹은 생선 세포를 배양해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는 블루날루(Blue Nalu)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윤리적 소비’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로 식품을 만드는 오스트리아의 대체 수산물 스타트업인 레보푸드(Revo Foods)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원F&B, 오뚜기 등 일부 식품 대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대체식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으로는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를 이용한 대체육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HN노바텍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2021년 ‘수산식품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대체 단백질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채식 위주 건강식 선호와 가축 전염병, 기후변화 등 전 인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 수산물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수산물은 축산물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대체식품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으나, 해양 환경오염 문제와 더불어 양식업도 지속가능성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체 수산물’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관련 기업이 늘고 있으며, 대상 품목은 주로 식물성 대체 연어, 세포 배양 참치·새우 등이다. HN노바텍은 대체 고등어·새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기준 대체 수산물은 주로 참치와 같이 고급 수산물이나 연어, 새우와 같이 시장 수요가 큰 품목을 우선적으로 기술 개발 중이다. 이는 대체 수산물의 ‘높은 생산비용’과 ‘제품 안전성 문제’, 특히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등의 한계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지적하고, 기술 개발 및 전문인력 육성을 주창한다. 필자도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대체 수산물 시장은 오롯이 ‘기술과 인력만의 문제인가?’라는 점에서는 시각을 달리한다.

대체 수산물의 한계 중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은 기술 개발로 가격이 저렴해지고 식품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풀 수 없는 문제 중 하나이다. 이는 식품 소비의 특징인 ‘식습관의 보수성’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움은 참신성과 독특성은 높지만, 위해성 우려와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신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댑터 이후, 신제품이 시장 표준이 될 때까지 소비가 급감하는 성장통인 ‘캐즘’에 대한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대체 수산물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블루오션이라는 점과,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더불어 필자는 대체 수산물이 공산품이 아닌 ‘식품 신제품’이라는 점과 ‘시장수용력’ 측면에서 소비자 저항과 캐즘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준비도 결코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덧붙이고자 한다. 머지않아 학교 급식에 먹음직스러운 대체 수산물이 오르길 기대해본다.

[전문용어 보완 설명]

◦ 캐즘(chasm)이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말하며, 첨단 기술이나 상품이 개발되어 출시된 다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되어 단절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함. 
cf) 캐즘은 원래 지질학 용어로, 지층에 균열이 생기면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함.

◦ 캐즘현상은 주로 정보통신, IT 등 첨단산업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가 이에 적응하고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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