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의 미래, 혁신기술 활용에 달렸다-수산분야 블록체인 기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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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의 미래, 혁신기술 활용에 달렸다-수산분야 블록체인 기술 도입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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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수산물 안전성 증명하는 시대의 선도 기술

수산 분야 신뢰성 높은 이력 정보 제공 위해 블록체인 기술 필요
수산물 관리 측면에서 개별 수산물 생애주기도 관리 할 수 있어
해당 원산지 정보 구축되면 제값에 팔수 있는 수산물 다수 존재
수산물 수급 안정대책과 안전사고 대응에 발 빠르게 대처 가능
고동훈 KMI 수산연구본부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장
고동훈 KMI 수산연구본부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장

2018년을 전후로 비트코인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블록체인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이때 당시 블록체인의 개념, 운용체계, 활용방안 등과 같은 사항은 워크숍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의 대상이 됐지만, 많은 국민들이 실제로 이 기술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피부로 와 닿진 못했다. 현대 사회에서 이제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 기술들을 아무리 설명해도 국민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념 설명이 어려운 데다가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이 기술들이 어떠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활용이 될지를 쉽게 생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우리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의 막강한 잠재력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질병관리청이 주도한 블록체인 기반의 세계 최초 코로나 예방접종 인증앱인 COOV를 통해 어떻게 블록체인이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선보인 바 있다. COOV를 통해 국민 개개인은 자신의 코로나 예방접종 이력을 시간의 흐름대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정부나 병원·보건소는 이러한 국민 개개인의 예방접종 이력정보를 토대로 지역 곳곳에 필요한 물량을 예측하고 이를 확보·배치했으며,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등 체계적인 예방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 

또한 블록체인은 국민 개개인의 예방접종 이력정보에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저장·수용하고도 남을 능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의 보안성에 있어서도 데이터를 입력·관리하는 이해관계자가 아닌 이상 어떤 누구도 접근과 수정이 불가능한 능력을 선보였다. 이때 당시 개개인의 코로나 예방접종 이력정보에 대한 오류, 위·변조, 해킹 등의 사유로 국민이 불편을 겪었던 사례가 존재했는가를 필자의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이 가진 다양한 기술 중 대표적인 기술인 ‘신뢰성 높은 이력정보’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수산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필요한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이러한 ‘신뢰성 높은 이력정보’ 때문이다. 울릉도 오징어, 완도 전복, 기장 미역, 통영 굴, 제주 갈치 등 각 지역의 특화된 수산물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원산지가 증명이 되고, 해당 원산지에 정보에 대한 위·변조에 관리체계만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부가가치를 남기고 제값에 팔릴 수 있는 수산물이 다수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품질 좋은 제철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 가서 수산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수소문을 통해 해당 수산물이 어디서 생산됐는지를 지레짐작으로 확인해야 하는 비용과 노고를 덜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은 윤리적 소비가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어떤 수산물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포획·채집됐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수산물을 포획·채집한 업계를 증명해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산물 관리라는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또 다른 이점의 하나는 바로 개별 수산물에 대한 생애주기 관리이다. 

특정 어종이 어느 해역에서, 누구에 의해 잡혔고, 어떤 가공·유통 과정을 거쳤으며, 궁극적으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소비 또는 수출됐는지, 이러한 생애주기를 모니터링하고 정보화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수산 분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데, 블록체인 기술이 수산 분야에 적용된다면 이러한 개별 수산물에 대한 생애주기 정보가 확보돼 수산물 수급 안정대책과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이 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신뢰성 높은 이력정보 때문에 수산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최초로 시도한 국내 기업이 있다면 바로 삼진어묵을 들 수 있다. 과거 삼진어묵 제품의 원료가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지에서 수입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는 이러한 원료가 일본에서 수입됐을 거란 인식이 팽배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으로 삼진어묵 원료에 대한 소비자의 의심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게 됐고, 따라서 삼진어묵은 원산지 이력 등을 포함한 원료 수입 관련 정보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고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식품 유통이력 관리모델은 통상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보통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제품의 유통이력 정보를 제공한다. 수산물의 생산·유통이력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자 많은 시도를 해왔던 삼성SDS는 삼진어묵과의 기술 협력·적용 과정에서 이러한 서비스의 강점을 발견하게 됐고, 삼진어묵과 같은 로컬 기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타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어묵 원료의 경우 해외 원산지에서 수입되는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과정은 해외 원산지로부터 조업-가공-수출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비자에게 제품 원료의 원산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삼진어묵은 따라서 부산광역시의 지원을 통해 그리고 삼성 SDS와 같은 관련 기술 협력 기업들과 함께 이러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 위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에서부터 지난해(2023년) 주요 현안이 돼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이러한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포비아(공포증) 단계로까지 확산돼 수산물 소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수산물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 방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수산물이, 어느 해역에서,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 어획·처리·판매됐는지, 수입이 됐다면 어떤 단계별 과정을 통해 수입이 됐는지를 포함하는 신뢰성 높은 이력정보 체계를 구축하는 기술적 대안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수산물 안전성은 이제 단순히 ‘이러이러하니 안전하다’라고 하는 홍보나 주장의 수준을 넘어,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춘 정보의 ‘증명’을 통해 그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란 것을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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