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 뱀장어 인공종자 연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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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뱀장어 인공종자 연구 현장을 가다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4.01.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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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인공종자 대량생산 실현 위해 연구 집중”

2012년 인공종자 생산, 2016년 전주기양식 기술 개발 성공
자어 생존율 향상과 사료 개발 등 원천기술 확립 위해 주력
CITES 규제 변수될 전망… 자원 확보 위한 각국 경쟁 치열
김신권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김신권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국립수산과학원은 2012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에, 2016년엔 ‘뱀장어 전주기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완전양식이니, 전주기양식이니 하는 논란을 제외하고라도 수과원이 지금까지 국내 뱀장어 양식 기술 개발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 부산에 소재한 수과원 뱀장어연구동 불이 13년 동안 단 하루도 꺼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스터리한’ 뱀장어 생태와 답 찾는 과학자들
뱀장어는 국민들이 꾸준히 찾는 수산물이자 어업인에겐 고부가가치 어종이다. 국내 양식수산물 가운데 생산량 순위는 상위권이 아니지만, kg당 단가가 높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넙치, 전복에 이어 세 번째로 생산금액이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대량 인공종자 생산기술이 정립되지 않아 종자를 전적으로 자연산 실뱀장어 채포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양만산업의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뱀장어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은 ‘미스터리한’ 뱀장어 생활사를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리핀과 괌 사이에 위치한 마리아나해구에서 어미 뱀장어가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2000년대 들어서야 일본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곳에서 태어난 댓잎 형태의 어린 뱀장어는 해류를 타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성장해 6개월 후 실뱀장어가 된다. 그 후 실뱀장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면 어업인들이 채포해 뱀장어 양식의 종자로 사용하고 있다.
수과원 뱀장어 양식 기술 개발의 원년 멤버이자 현재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김신권 연구관은 “뱀장어는 일반 어류와 생리·생태가 확연히 다르고, 특히 부화 후 어린 고기의 먹이나 서식환경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이 어렵다”면서 “세계 최초로 인공종자를 생산한 일본 역시 197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뱀장어 서식환경과 사료 연구에 질주
수과원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실뱀장어 대량생산’이다. 뱀장어 전주기양식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치어 생산량이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수과원은 현재 뱀장어 성숙 메커니즘 규명과 치어용 사료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김 연구관은 “다른 일반 양식어류는 수정란을 받는 과정에서 빛과 수온을 조절해주면 알을 낳고 자연스레 물에 뜨지만 뱀장어는 성숙에 대한 가설만 있을 뿐 연구가 안 돼 있어 아직까지 메커니즘을 모른다”며 “이에 뱀장어 산란 유도물질인 연어 뇌하수체 추출물을 암컷에게 매주 1회씩 10~12주 동안 주사해 성숙시킨 뒤 수정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장어와 연어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보니 연어 호르몬은 최대치의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게 사실. 이에 수과원은 뱀장어 호르몬 유전자 정보를 대량으로 제조·증식해 인위적으로 만드는 과제를 지난해부터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뱀장어 어미에 적용할 예정이다.
수정란 생산 이후의 연구 과정도 치열하다. 갓 태어난 부화자어는 일주일이 지나면 6~7mm 크기로 성장하고 눈과 입이 생성되는데 이 시기부터는 사료를 먹여 성장시켜야 한다. 넙치 등의 다른 해산어류는 대부분 로티퍼(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양식어류의 먹이로 주로 활용되는 종)를 먹여 키우지만, 어린 뱀장어는 이를 먹으려 하지 않고, 설령 먹었다고 해도 껍질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없어 사용할 수 없다. 
어린 뱀장어는 자연에서 바다 동식물이 죽으면 유기물 덩어리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마린스노우(미생물 덩어리)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추정되나, 연구실에서 이와 같은 환경을 똑같이 구현하기 어려워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먹으면 바로 흡수가 가능한 액상사료를 개발해 뱀장어 자어에게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액상사료는 무게가 무거워 수조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사료를 주고 난 후 수조 청소와 교체를 꼭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린 뱀장어는 하루에 2시간에 한 번씩 5번에 걸쳐 사료를 먹는데, 말인 즉 하루에 수조 1개당 5번의 청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연구관은 “수조에 가라앉은 액상사료를 없애기 위해 물로 쏴서 남은 사료를 녹여야 하고, 수조도 매일 갈아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린 뱀장어가 많이 죽게 된다”며 “청소 과정을 없애고 수조 크기를 확대해 실뱀장어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최종적으로 물에 뜨는 사료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자원 부족한 뱀장어… 기술 확립이 숙제 
어린 뱀장어 생존율을 높이고 인공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수과원 연구진은 오늘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업인에겐 고소득 양식품종이고, 국민에겐 인기 있는 수산물이지만 지나친 어획과 기후변화, 댐·하굿둑 등에 의한 서식지 감소 원인으로 자원량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김 연구관은 “뱀장어의 정확한 자원량은 알 수 없으나 해마다 잡히는 실뱀장어 어획량으로 추정해보면 2009년 실뱀장어가 16톤가량 어획된 이래 최근엔 매년 1~3톤 정도에 그치고 있어 자원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뱀장어 자원 고갈 위기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19종 중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극동산 뱀장어를 포함해 유럽산 뱀장어 등 13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도 극동산 뱀장어의 나라 간 거래를 금지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 연구관은 “CITES 회원 183개국 가운데 3분의 2만 찬성하면 극동산 뱀장어 수출입이 규제될 수 있다”며 “문제는 뱀장어를 먹는 나라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일부 국가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뱀장어 인공종자 기술을 개발하려는 각국 연구진의 집념은 더 뜨겁다. 일본은 40여 년 전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상업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과 중국, 대만 등에서도 연구에 나섰지만 아직 인공종자 생산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수과원에서 뱀장어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인원은 단 두 명뿐. 수산연구교육기구(우리나라의 수과원 역할) 산하에 뱀장어 연구소가 존재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담당과가 세 곳이나 있는 일본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연구 기반이 미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한 세 번째 나라는 없다.
김 연구관은 “뱀장어는 우리나라 주요 양식어류로 양식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어린 뱀장어 대량생산을 목표로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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