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의 미래, 혁신기술 활용에 달렸다-K-블루푸드(Blue Food),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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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의 미래, 혁신기술 활용에 달렸다-K-블루푸드(Blue Food), 어디로 가야 하는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4.01.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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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블루푸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글로벌 시장 선도

김이 제1위 수산 수출품목이지만 김밥은 농산물 수출로 홍보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가치와 품질 보장하고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게 해야
수산물 손질 불편함 제거하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 개발 필요
푸드테크는 노동력 절감과 동시에 생산성 높이고 탄소 줄이는 데도 도움

 

강희정 해양수산부 수출가공진흥과장

블루푸드(Blue Food), 2021년 네이처(Nature) 표지에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진 이 낯선 단어를 이제는 꽤 많은 사람이 인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블루푸드는 좁게는 수산식품을 뜻하지만, 넓게는 수산식품에 가치가 더해져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량자원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란,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가치, 영양소 공급원으로의 가치, 해양생태계 보전의 가치 등 인류와 자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당될 수 있다.

그렇다면 K-블루푸드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한민국 수산식품 수출품목 중 부동의 1위, 김이 떠오를 것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물론 라면이 먼저 1조 원을 돌파하긴 했지만, 라면은 주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김은 주원료인 원초 생산부터 가공을 거쳐 제품화되기까지의 모든 단계가 국내에서 이뤄져 창출되는 이익이 고스란히 국내로 돌아온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 효자상품 김 때문에 속이 쓰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냉동김밥이 히트를 치고, 영화배우 차태현·조인성을 선두에 내세운 ‘어쩌다 사장3’, 요식업 전문가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장사천재 백사장2’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현지인들에게 김밥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주변의 축하를 받았지만 사실 축하를 받을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밥은 가장 중요한 재료가 김으로 보이지만, 밥, 단무지, 당근, 햄 등 내용물 대부분이 농산물이기 때문에 완제품을 수출할 때는 수산식품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밥을 감싸고 있는 얇은 김은 비중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밥의 가장 핵심 재료인 김을 담당하는 부처에 있으면서도 김밥이 농산물 수출로 홍보되는 것을 보며 아직 우리의 블루푸드가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 열어준 K-블루푸드의 길, 세계에서 사랑받는 K-블루푸드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김밥을 예시로 도출해보고자 한다. 

첫째, 블루푸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부각시켜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밥이 블루푸드가 되려면 내용물의 50% 이상이 수산식품으로 구성돼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밥을 얇게 깔고, 건강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채워 넣은 형태의 김밥이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착안해서 톳이나 다시마, 우엉처럼 절인 미역 등 김밥 속재료에 해조류를 가득 넣는다면 당신은 당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 동시에 해양 보전과 기후변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해조류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적은 탄소발자국만으로도 충분한 영양과 포만감을 제공해주는 바다의 채소이기 때문이다. 해양관리협의회(MSC) 방식으로 어획한 어육으로 만든 맛살이나 어묵을 활용해도 좋다. 과거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먹던 사람들은 영양소 고려를 거쳐 이제는 가치 소비를 하고 있다. 블루푸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극대화해 사람들이 블루푸드 김밥 한 줄을 통해 더 많은 만족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둘째,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 안타깝게도 김을 제외한 우리나라 수산식품의 대부분은 냉동, 건조, 염장 등 단순가공 형태이다. 사람들이 수산물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불편함’이다. 손질의 번거로움, 냄새의 불쾌함 등으로 식당에서는 수산식품을 먹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수산식품의 영양학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돼서도 수산식품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먹어본 적이 없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질이 까다롭고 조리법이 획일적인 수산식품은 조리사도, 학생들도 반기지 않는 메뉴다. 수산식품이 널리 섭취되려면 역설적이게도 수산식품으로서의 특성을 지워야만 한다. 그러려면 비린내, 뼈 등 특성을 지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레시피와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수출상품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 꼭 해외에서 통하는 건 아니다. 지금의 김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소금 조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기호에 맞춘 칠리 맛, 고추냉이 맛, 바비큐 맛 등 여러 가지 맛과 도시락김이나 전장김을 넘어서서 스낵 김까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김밥에도 변주를 줄 수 있다. 다이어트나 당뇨 환자용으로 우뭇가사리로 만든 곤약쌀로 김밥을 만들어낸다면 메디푸드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셋째,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롭게 접목해야 한다. 푸드테크는 이미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생선을 자동으로 손질하는 가공기계는 노동력을 절감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인다. 트레이 없이 도시락김을 포장하는 기술은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으로 생태계를 지키는 동시에 줄어든 부피로 한 컨테이너에 종전 대비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체육은 종교적 문제나 개인적 신념, 그리고 건강 이슈로 원하는 식품을 섭취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배양육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 고갈에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어획·양식 기술은 해양 생태계와의 공존과 함께 안전한 블루푸드를 생산하게끔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블루푸드의 가치 도출이나 다양한 상품 라인업 또한 기술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힘들었던 2023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2024년이 시작됐다. K-블루푸드가 비상하려면,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가치와 품질을 보장해 소비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여기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수산 자원과 기술력, 국제 역량 등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블루푸드가 과거의 방식을 넘어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해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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