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사라진 동해안 어업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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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사라진 동해안 어업 살리기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12.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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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어획 부진을 겪고 있는 동해안 어업인들에게 정부가 긴급 지원책을 마련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민의힘과 해양수산부는 오징어 어업인들에게 1인당 최대 3000만 원을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지원하고 내년 말까지 수산정책자금 원금의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이자 감면과 수산정책자금 무이자 전환 및 상환 유예 조치와 함께 직불금을 조속히 지급하기 위해 조업일수 기준을 60일에서 30일로 완화했다. 어선원 보험료 납부도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4년부터 어선을 매년 40∼50척씩 집중 감척하기로 했으며, 어업인 경영 악화에 따른 대응을 위한 어획량 보험제도 도입, ODA(공적개발원조)와 연계한 해외어장 개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긴급 지원은 극심한 오징어 어획 부진으로 비상이 걸리고 파산 또는 도산 위기에 직면한 동해안 오징어업계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어업인들이 요구한 내용들이 포함돼 동해안 어업인들은 정부의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 어업인단체는 당·정은 물론 이번 정책 지원을 이끌어낸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오징어 생산량은 1871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8305톤보다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평균 9300톤이던 것에 비교해도 극심한 어획 부진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협중앙회 자료에서도 동해안 오징어 어획 부진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1월 동해안 오징어 위판량은 958톤으로 전년 동기의 2240톤보다 60% 정도가 줄어들었다. 국내 오징어 최대 위판 실적을 보이는 구룡포수협의 경우 심각성은 더욱 극명하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9월부터 11월까지의 위판금액은 지난 2021년 22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75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12억여 원에 머물러 2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근해오징어채낚기, 동해구트롤어선은 물론 연안 어선들조차도 개점휴업 상태다. 오징어 주산지로 알려진 울릉도의 경우 더욱 비참한 수준이다. 울릉군수협의 올해 위판금액은 1억9000만 원이지만 어업인들이 사용한 유류비는 19억 원 정도다. 배를 몰고 오징어잡이에 나서지만 채산성이 전혀 없고, 조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동해안 오징어업계가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긴급 지원을 요청한 이유도 살기 위한 절규라는 것이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해안 오징어 어획 부진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원인은 기후변화와 중국 어선들의 남획이 꼽히고 있다.

수산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오징어 서식지인 수심 50m지역 수온이 최근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징어들이 서식지를 외해 등지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수온 상승으로 그동안 동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열대 및 온대성 어류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동해안 어획량 1위가 오징어였으나 올해는 방어, 가자미, 붉은대게, 청어 순으로 어획량이 많으며, 오징어는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열대 또는 아열대성 어류가 전체 131종 중 5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 어선의 남획으로 오징어 회유가 급감했다는 것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05년부터 북한수역 입어가 가능해진 중국 어선들은 매년 2400여 척이 조업하면서 동해안 수산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국내 어선 중 오징어잡이에 나서는 어선이 600여 척임을 감안한다면 중국 어선의 조업이 오징어 자원 감소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동해안의 명물이었던 명태에 이어 오징어마저 사라진다면 동해안 수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오징어 주조업시기를 맞았지만 강원도 속초부터 경북 감포까지 동해안 어항 곳곳은 어선들이 줄지어 들어차 있다. 조업을 포기한 어선들이다. 

근해어선들은 조업에 가장 중요한 외국인 어선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조업을 포기한 것이다. 유류비 상승과 각종 생필품 등의 가격이 대폭 오른 반면 재난 수준의 어획 부진이 이어져 출어를 하는 만큼 적자가 불어나 조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긴급대책이 어업인들에게 눈앞의 불을 끌 수 있는 단비와 같은 활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회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징어가 사라진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어종 천이에 대비한 새로운 어획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해외 신규어장 개척이나 감척사업도 미래 동해안에 적합한 어업에 대비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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