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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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오해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2.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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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이헌동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 국민의 수산물 소비는 계속 늘고 있을까? 수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수산물 소비가 지난 수십 년간 계속 늘어왔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정부 정책 자료나 연구기관 보고서에도 수산물 소비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68.4kg이다. 2000년 36.7kg이던 수산물 소비량이 2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쌀 소비량이 66.9kg, 육류 소비량이 66.2kg임을 감안하면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수산물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kg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인 평균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은 수산물을 먹고 있다. 한국이 ‘세계 1위 수산물 소비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수산물 소비량 68.4kg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류 23.3kg, 패류 17.1kg, 해조류 28.0kg을 사람이 다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류양식장에서 생사료로 투입되는 미성어나 잡어, 전복양식장에서 먹이용으로 이용되는 미역과 다시마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많다.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수행된 적이 없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만약 이 같은 비식용 수산물 소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사람이 먹는 식용 소비량을 산정한다면 대략 40~50kg 수준으로 떨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사실 수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오해는 식용 소비량의 증가가 아니라, 비식용 소비량의 증가에 따른 착시 현상 때문이다.

수산물 소비는 가정 내 소비와 외식 소비로 구분할 수 있다. 소비 변화를 파악하려면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가정에서의 수산물 소비는 분명하게 줄고 있음을 보여주는 국가승인통계가 있다. 통계청에서 매월 조사하는 ‘가계동향조사’가 그 근거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소득과 지출 동향을 파악하고, 가구 단위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중요한 통계다. 이 통계에서 수산물을 포함한 식료품 전반의 월평균 지출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명목 지출액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하고, 물량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실질 지출액을 살펴보면, 가구당 월평균 수산물 지출액은 2006년 6만4277원, 2015년 4만2497원, 2022년 3만7607원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지난 17년간 수산물 지출액을 그래프로 그려보니 감소세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곡물에 대한 실질 지출액도 2006년 3만3746원에서 2022년 1만5277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축산물 지출액은 2006년 5만9227원, 2015년 6만4723원, 2022년 6만7141원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아쉽게도 외식을 통한 수산물 소비는 늘어났는지, 줄었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통계가 없다. 다만 통계청 ‘서비스업조사’에서 제공하는 한식 해산물 요리 전문점과 일식 음식점업 매출액, 그리고 식품소비행태 관련 조사를 살펴보면, 외식을 통한 수산물 소비는 줄지 않고 추세적으로 보합 내지 소폭 증가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종합해보면 외식을 통한 수산물 소비가 늘었다 하더라도 가정에서의 수산물 소비 감소세가 상당히 가팔라 전체적으로 수산물 소비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수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착각과 오해를 걷어내고 보다 정확한 소비실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수산물 수급과 관련된 정책 통계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 이용 수요를 고려해 식용 소비와 사료·종자·가공 등 비식용 소비를 구분해 수산물 수급과 자급률을 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비식용 수산물 이용 실태조사가 추진돼야 한다.

식품소비 여건 변화를 고려한 수산물 소비 정책의 전환도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수산물의 영양적·환경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블루푸드로 재조명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건강에 좋은 수산물 소비를 권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무작정 많이 먹으라는 권장이 아니라, 한국인의 표준적인 영양섭취기준, 성별·연령별 영양권장량에 기반해 적정 소비수준을 생애주기별로 제시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미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식품소비도 양적 충족 단계를 넘어 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보편화됐다. 국민에게 수산물이 건강, 생태·환경, 어촌 유지 등에 기여하는 가치재로 인식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수산물 소비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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