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중요 어업유산 FAO 세계유산 등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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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요 어업유산 FAO 세계유산 등재 쾌거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11.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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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지난 11월 10일 이탈리아 로마로부터 희소식이 날아왔다. 7월 10일에 이어 두 번째 기쁜 소식이다. 우리나라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인 제주 해녀어업이 세계농업식량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5월 한국수산경제신문 칼럼에서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곧 등재될 것이란 희망을 전한 바 있다. 2개월 후인 7월 10일에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우리나라 최초로 GIAHS에 등재됐다. 그리고 연이어 제주 해녀어업이 두 번째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11월 현재 FAO GIAHS에는 26개 국가가 신청한 86개 유산이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유산 5개와 이번에 등재된 어업유산 2개를 합쳐 총 7개가 등재돼 있고, 남해 죽방렴어업과 울진 금강송 농업시스템이 등재 신청 상태이다. 86개 유산 중 온전히 어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우리나라 2개의 어업유산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순수한 어업유산이 적은 이유는 각 나라들의 농업유산과 어업유산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산관리 시스템의 차이에 있다고 본다. 즉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FAO GIAHS는 농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농업 관련 부처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업유산 자체를 발굴하기보다는 농업과 연계한 유산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농업과 어업을 분리해 유산을 발굴하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고유의 어업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쾌거는 많은 연안국가들로 하여금 순수한 어업유산을 발굴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올해까지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은 13개가 지정돼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손색이 없는 유산들이 국가어업유산으로 등재돼 있고 앞으로도 발굴될 것이다. 바다와 강이 있는 곳에는 세계 어디든 오랜 역사를 가진 어업유산이 있을 것이다. 

어업유산은 원래 있던 것을 그대로 유지·보전하는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과는 달리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존재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어업유산을 보전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잘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든 사회·문화적으로든 활용되지 않을 때 산업유산인 어업유산은 사라지게 된다. 전통적인 수산물 생산과 판매라는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서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으로 어업유산을 활용할 때 진정한 유산의 보전과 계승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 2개의 어업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것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관련 지자체 및 기관, 업계, 전문가 등 수많은 이들의 수고가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지면을 통해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함께 축하했으면 한다.

이제 시작이다. 사라져가는 더 많은 국가 중요어업유산을 발굴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그 가치를 만방에 전파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또 국내적으로도 세계유산 등재를 알려 우리 국민들께서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진정한 국가유산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중요어업유산 모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통해 유산을 보전하고 알리는 공동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제주 해녀어업은 제주를 넘어 전국 해녀어업, 더 나아가 세계 해녀어업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단순한 유산 지정을 위한 노력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우리 수산계가, 우리 국민이, 나아가 세계 인류가 생존 유산으로서 어업유산을 만들고 지키는 데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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