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와 천일염 사재기, 어업인 좌절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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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오염수 방류와 천일염 사재기, 어업인 좌절 깊어진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7.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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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정부 비축 천일염 400톤을 시장에 내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앞두고 갑작스레 나타난 가격 폭등과 사재기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긴급하게 취한 조치다.

천일염 사재기 사태는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발생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소금 가격은 3년 전부터 생산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으로 조금씩 상승했지만, 원전 오염수 방류와 연결되면서 수요 폭증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안일한 정부 대응이 화를 자초한 부분도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근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 금지와 연안 해역 조사, 원산지 증명과 수입품 검역 강화 등 수산물 먹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해왔다.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안 조사를 확대하고 방사능 검사 확대와 원산지 표시 단속 등을 확대·강화해왔지만 천일염이라는 예상치 못한 품목에서 사재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랴부랴 현장을 방문하고 정부 비축물 방출이라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뒤였다. 국가 예산 투입이 늘어나고 국민들의 불신감만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됐다. 국민들의 불안심리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제가 된 느낌도 없지 않다.

천일염 사재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괴소문과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꽁치 조업이 이뤄지는 일본 대화퇴 어장 부근에서 어획되는 꽁치에 대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고, 제주도 해녀들이 감마선 중성자를 막으려면 납옷을 입어야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부의 정책 부재와 더불어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옮겨가면서 어업인과 수산업계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어업인들의 좌절감도 깊어진 듯하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는 현재로서는 괴소문이나 가짜 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어업인들과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대응책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권역별 안전 현장 설명회나 국민 안심 상황 관리반 확대, 조사 정점 확대만으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 부적합 수산물이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인 어업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천일염 사태가 발생하고 원전 오염수 방류가 정치권의 정쟁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어업인들의 시위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어업인을 비롯한 수산업계는 우리 수산물 지키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수산물의 안전한 공급을 천명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주장하고 해상시위와 대규모 집회에 나서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7억 달러를 수출하는 김이나 수출 주력 품종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복, 광어, 굴 등의 우리 수산물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수출길은 막히게 될 것이다. 자국민들조차 불안감에 빠져 기피하는 제품을 반겨줄 나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는 우리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방류를 못 하게 하거나 철회할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사고는 일본이 냈지만 고민과 불안, 걱정, 좌절, 피해는 온전히 우리 어업인들이 뒤집어써야 할 지경이다.

정부가 국민 단백질 공급과 바다 영토 수호에 묵묵히 기여해온 어업인들과 수산업계에 빚을 갚아야 한다. 특히 천일염 사재기 사태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측 가능한 문제를 선정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어업인과 수산업계가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과감히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수산물 생산 당사자인 어업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는 없다.

수산물 안전을 생산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도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이며 천일염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생산자들이 안전한 생산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선제적인 지원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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