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2세 수산업경영인 정성수산 김현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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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2세 수산업경영인 정성수산 김현민 대표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3.04.30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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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노하우에 패기 접목… 세계무대 꿈꾸는 청년어업인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문어잡이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하고 온라인 판매 활성화 주력
3년 내 가공공장 건립하는 게 목표… 세계 시장 수출도 꿈꿔

 

◇올해 수산업경영인으로 선정된 3년차 어업인 김현민(사진 오른쪽) 정성수산 대표와 그의 부친인 김성만 전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회장(사진 왼쪽).

“어떻게 하면 어업인들은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을 원활하게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우선 저의 목표는 직접 잡은 수산물을 가공해 수출까지 하는 것입니다. 

지난 4월 21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에서 만난 정성수산 김현민(39세) 대표는 30대 어업인답게 활력과 패기가 넘쳤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5톤 통발어선을 타고 문어를 잡고 있는 그는 올해 수산업경영인으로 선정된 3년차 어업인이다.

‘목표가 없고 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할 만큼 바닷일은 고되다고 말하지만, 정작 김 대표의 머릿속엔 온통 바다만이 가득한 듯 보였다.

아버지 인생 길을 따라 걷는 아들 

김 대표와 바다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부산해사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열아홉 살부터 서른 살까지 상선에서 3등 항해사를 시작으로 선장에 이르기까지 10여 년을 근무했다. 이후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에서 카고슈퍼바이저(외국선박의 화물과 기름 등을 관리)와 선박 안전을 감독하는 일을 하며 전문적인 경력을 쌓았다.

김 대표가 어업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20대 후반부터다. 외국의 바다를 떠돌면서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바다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아버지가 하고 계신 어선어업이었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 처음엔 이 좁은 시골에 내려와 뭘 하겠냐며 안 된다고 반대를 많이 하셨지만 본인이 점점 나이가 드시고 몸이 약해지시니까 허락을 하셨다”며 “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스승이자 친구 같은 조력자 역할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김성만 전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이다. 김 전 부회장은 강원도·삼척연안통발협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동해어업관리단 조정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의 도움도 있었지만 김 대표가 쌓은 이력도 훌륭한 자산이 됐다. 어린 나이부터 배를 탔던 경험이 있었기에 어선에서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몸은 비록 힘들지언정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다 보니 정신적으로 겪는 어려움도 크게 없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아버지 밑에서 차근차근 일을 배우다 보니 김 대표는 이제 선원 2명과 함께 혼자 어장에 나가기도 한다. 새벽 2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루에 어획하는 문어는 100~200kg가량. 삼척시 통발어선 40여 척 가운데 문어를 가장 많이 낚는 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수산물을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궁리

◇정성수산만의 특별한 제품인 ‘숙성문어’. 식감과 맛이 탁월해 10명 중 9명은 재구매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어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수산물을 잘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어업인이 되고 나서는 더 절실하게 궁리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비자와의 직거래다.

우선 김 대표는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다. 동해에서만 나는 피문어의 생김새와 효능, 맛을 상세히 소개해 지역 특산물을 널리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또 선물용, 제사용, 이바지용으로 사용되는 문어에서부터 1~2인 가구가 한 끼용으로 먹을 수 있는 문어까지 판매 제품도 다양하게 구비해놨다.

오프라인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김 대표는 고향에 돌아온 후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회식당을 수산물·건어물 직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주요 판매 품목은 문어다.

문어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져갈 수 있다. 활문어는 물론 살아 있는 문어를 바로 쪄서 포장해 가져갈 수도 있다. 다른 곳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숙성문어를 판매한다는 점이다.

숙성문어는 영상 2도에서 24시간 숙성한 것으로 식감과 맛이 더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른 가게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다 숙성문어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숙성문어의 가장 큰 매력은 부드러운 식감인데, 10명 중 9명은 재구매할 정도로 한번 맛 본 고객은 무조건 다시 구매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최근 삼척시에서 인어교주해적단을 소개받아 임원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1차 가공해 PB(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제조·납품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종적인 김 대표의 목표는 수산물 가공공장을 세우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어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생산한 수산물로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3년 안에는 가공공장을 건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어촌 풍경 희망

김 대표에게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어촌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풍경을 보는 것이다. 어촌의 인구 감소 현상이 갈수록 너무 심각하다는 게 그의 곁들여진 설명.

김 대표는 “향후 10년이 지나면 과연 이 동네에 몇 명의 사람이 살고 있을까 싶은 생각에 걱정이 든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촌 인구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해의 경우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있으므로 이러한 부문을 더욱 발전시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한다”면서 “특히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면 어촌도 눈에 보이는 빠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는 “어업인들이 바다에서 고생스럽게 잡은 수산물을 제값 받고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쉽다”면서 “정부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어업인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선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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