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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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어업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10.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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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어선어업진흥실장
구성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어선어업진흥실장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혁신(innovation)을 통한 창조적 파괴가 기업과 산업, 그리고 국가 경제 발전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잡스는 아이폰을 통해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을 뿐 만 아니라 모바일 산업을 최고의 혁신산업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이제 어업이라는 산업에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대입해보자. 무언가 어색하고 맞지 않는 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어업을 영위하는 분들을 우리는 그간 어민 또는 어업인으로 칭했을 뿐 그들을 기업가라고 불러본 적이 있었는지, 더불어 그들에게 혁신이라는 것을 요구해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업을 근해어업과 연안어업의 구분 없이 연근해어업으로 인식하고,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가진다. 그리고 어업정책의 근간에는 어려운 어업인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어업에서 근해와 연안은 구분해 인식돼야 하고, 각각의 특징에 맞는 정책들이 수립돼야 한다. 

근해어업은 자본가(선주)가 노동력(선원)을 구해 어업을 경영하는 기업형 어업이다. 기업형 어업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의 극대화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과 기업가의 숙명이다. 이 과정에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반해 연안어업은 선주가 본인의 노동력으로 어업을 영위하는 경우로 자영업자에 가깝다. 연안어업인들의 핵심은 생계 유지다. 어선을 이용해 본인과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숙명이고 이들이야 말로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어업인이다.

기업가에게는 공정한 시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폐업을 하거나 타 기업에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간 우리 어업은 기업가들에게 인수·합병을 할 기회도 인수·합병을 당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어업에서는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 또는 노르웨이의 세계적 수산기업 모위(구 마린하베스트) 같은 기업을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의 성장이란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경비를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기업이 다른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독과점 형태로 가는 것이 산업 발전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산업 발전의 일반적인 과정이 우리나라 어업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노르웨이의 선망어선(고등어잡이 어선) 1척에 보통 8명의 선원이 탑승하여 어업을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선망어선은 보통 6척이 1통을 구성하고 1통당 70여명의 선원이 탑승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노동이 투여되었음에도 노르웨이 어선 1척이 우리나라 어선 6척보다 더 많은 고등어를 잡는다는 것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수산업계에서는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규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수산자원이라는 어업의 원재료가 가지는 공유재적 성격 때문에 일정 수준의 규제는 불가피한 것이고 그 일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업은 어업인들이 하는 것이고, 어업인들의 경쟁력은 어업인들 스스로 제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는 어업인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현재 근해어업에서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생산자들이 남아 있다. 허가라는 특수성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근해어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어선의 척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남아 있는 기업가들이 본인의 어선을 대형화·현대화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줘야 한다.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파괴는 어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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