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라고 비난받는 해양수산부 행정
상태바
‘꼼수’라고 비난받는 해양수산부 행정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2.01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선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에 어업인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어업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바로잡아줄 것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심지어 ‘꼼수’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논란의 발단은 어선원의 안전에 주안점을 둔 어선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조치로 지난해 12월 29일 시행에 들어간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에 관한 기준’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과잉어획능력 유발 및 수산자원 고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안전·복지공간을 허용한다고 고시했다.

각 어업별로 표준어선형을 지정하고 수산자원 고갈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허가 정수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감척 목표를 달성할 경우 안전·복지공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고시의 주요 골자다. 즉, 총허용어획량(TAC)에 적극 참여하고, 어선 감척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표준어선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업인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선법 개정의 가장 핵심 사항이 어선원 안전이었으나, 하위법령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느냐에 따라 적용을 달리한다는 규제 사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입장으로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어업인들의 반발에 서운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계에 약간의 불리한 면이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면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이나 업종, 사안에 대해 모두를 수용하거나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다.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어느 한쪽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을 모두 수용할 수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다.

특히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 이하로 감소하면서 자원관리에 바탕을 둔 어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도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산자원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시한다는 기준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준어선형으로서 기준 적용이 곤란하거나 적절하지 않을 경우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기에 꼼수라는 비판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업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검토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선법 개정 당시 어선원의 인명 안전에 최우선을 둔다고 했으나 개정 이후에는 슬그머니 규제를 끼워 넣었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주장 핵심이다.

제주 근해연승 어업인들의 주장은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어선법 개정 협의 당시 해양수산부가 업계와 논의했던 대로 시행해달라는 것이 이들 어업인의 주장이다. 단지 어선 감척과 어선원 안전공간 설치는 별개로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TAC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표준어선형을 만들어주면서 어선 감척도 정부가 계획한 대로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선원 안전 및 복지공간 설치가 시대적 사명이라고 주장하는 근해연승 어업인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는 자세다.

올해 해양수산부는 근해연승 어선 24척 감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어선 감척을 신청한 것은 육지부에서 4척에 그쳤다. 나머지는 정부의 직권으로 감척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서 서로의 입장이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어업인이 상호 불신과 비난의 불씨가 된 것이다. 어업인들은 현재 연승을 주업으로 하는 어선은 226척에 불과하다고 하는 반면 정부는 456척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적정 어선 규모가 많아진 것은 정부의 허가 남발로 복합으로 허가를 보유한 어선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근해연승을 주조업 방식으로 하는 어선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자원관리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에 맞는 어선 감척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근해연승어업의 특성에 맞는 표준어선 모델을 정부가 제시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어업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어업인들로부터 꼼수로 비난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어업인들도 정책의 수혜자이면서 동반자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책 담당자와 수요자 간의 갈등은 해당 산업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분한 대화와 정보 교환을 통해 의견을 조율해 최상의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장을 외면한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책 담당자들이 현장을 찾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면 갈라서는 길밖에 없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을 다시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