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막힌 러시아, 새 수산물 판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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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막힌 러시아, 새 수산물 판로 찾는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4.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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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말 중국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수산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러시아 식품위생관리부에 공식 통보했다. 그 후 중국은 러시아산 수산물의 수입을 제한했고 2020년 12월 다롄 항구 노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러시아 어선을 대상으로 격리 및 검역 조치를 강화해왔다. 러시아 연방 수산청에 따르면 올 1월 초 10척의 선박이 싣고 간 생선을 중국 다롄항에서 하역하지 못했다. 2월 초에는 러시아 선박 5척 이상이 중국의 다롄항에서 하역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중 한 개 선박은 12월 중국이 요구한 모든 절차를 마쳤음에도 하역을 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곤두박질치는 명태 가격
지난 2월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명태 가격이 kg당 65루블(약 980원)로 바닥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kg당 113루블이었던 명태 가격이 올해 들어 65루블까지 떨어진 것이다. 3월 들어 소폭 올랐지만 작년의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부터 명태잡이 시즌이 되면서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수출이 막히고 러시아 현지에는 보관할 냉동창고가 없어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현지 수산물 가공업체도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구입을 미루고 있어 명태 가격은 날개 없는 추락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수산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명태 가격을 작년 초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러시아 내 수요를 10만 톤 늘려야 한다. 러시아의 명태 어획량은 연간 약 180만 톤가량으로 2020년 전체 어획량(497만 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중 거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30만 톤 정도만 러시아 내수 시장에 풀린다.

수산업 새 판 짜기에 고심하는 러시아
◇냉장·냉동시설 확대

수산물 보관 능력이 부족한 러시아는 수요 쪽에서 문제가 생겨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언제나 골머리를 썩였다. 러시아 정부는 우선 어획량 쿼터와 투자를 연계하는 투자쿼터제도를 적극 활용해 극동 지역에 냉장·냉동창고 건설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해주 수산청은 현재 연해주 지역 내 수산물 냉장·냉동창고의 동시 저장용량은 약 13만5000톤이라고 밝혔다. 2020년에 6000톤의 창고 단지가 완성됐고, 올해 추가로 6000톤 규모의 창고가 완공될 예정이다. 연해주 지역 어선의 연평균 명태 어획량이 28만 톤이라고 하니 아직 냉장·냉동창고는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산물 가공공장 확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훈춘에는 내륙도시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명태를 말리는 덕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훈춘에 소재한 ‘훈춘해미다식품유한공사’는 러시아에서 동태를 수입해 해동한 후 내장 제거, 건조 작업을 통해 연간 4000톤의 황태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100% 수출되기 때문에 수출 가공을 위한 수입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 중국 정부의 보세무역 혜택도 이용할 수 있다. 
극동 러시아에서 요원하게만 보였던 수산물 가공공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작년이다. 투자와 어획 쿼터를 연동하는 투자쿼터제도의 도입으로 러시아 어업회사들이 수산물 가공공장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과 볼쇼이카멘 선도개발구역에 새롭게 수산물 가공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연해주 수산청에 따르면 연해주의 수산물 가공 생산은 2020년 약 70만 톤에 달했다. 이는 2개 공장이 본격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해주 수산물 회사들의 2020년 매출은 711억 루블로 전년 대비 24.8% 증가했다. 연해주의 수산물 생산은 러시아에서 15%, 극동지역에서 25%를 차지하고 있다.

◇운송 보조금 도입을 통한 국내 판매 확대
러시아 정부는 극동의 수산물에 대해 철도 보조금을 도입할 예정이다. 보조금으로 러시아 중부에 풀리는 생선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늘려 극동 지역에서 러시아 중부 지역으로 운송되는 생선과 수산물의 양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2019년 4월 6일 러시아 농업부가 입안한 곡물, 가공유지종자, 식물성 제품, 광물성 비료 등의 운송에 대한 보조금 규정에 수산물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극동 지역의 수산물 운송에 대한 보조금은 2021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될 전망이다.

◇극동 수산물 가공 선도개발구역 지정
지난 2월 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수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에서 유리 트루트네프 극동연방관구 대표는 수산물 가공 선도개발구역(ASEZ)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수산물 가공 선도개발구역은 기존의 ASEZ와 같이 물리적인 공간을 기준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 가공을 위한 공장 건설의 경우에는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한 번에 여러 지역에 위치할 수도 있다. 연해주 지역과 캄차트카 지역에서 추진 중인 다수의 공장들이 선도개발구역 입주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선 다변화 
현재 중국으로 쏠려 있는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19년 기준 러시아 수산물은 6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22%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수출 물량이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미미하다.
연해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월 연해주 수산물 수출량은 3만7200톤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해 40% 감소했다. 이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연해주 전체 수산물 수출량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4.2%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한국으로 2만7900톤이 수출되면서 물량 기준으로 전년 1월 대비 약 3배가 증가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도 수출을 고려 중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기업의 러시아 명태잡이
한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명태는 약 20만 톤가량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철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가 잡혔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이제는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명태 공급의 9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매년 한·러 어업협상을 통해 배정되는 명태 쿼터는 2만5000톤(2020년에는 2만8800톤) 전후이다. 나머지 15만~17만 톤은 한국 원양선사들이 쿼터를 보유한 러시아 파트너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잡아들이는 명태가 한국에 풀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어 명태를 잡는 비즈니스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 정부가 어업을 전략산업에 포함시켜 외국 기업의 진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은 합작회사의 지분을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 대한 지배권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분율을 지켰다고 해도 정관 등을 검토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갖는 것으로 보이면 제재를 부과한다. 외국 기업 최대 지분율도 현재 49%에서 25%로 줄이려는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합작할 만한 러시아 어업회사들이 많이 없어졌다는 데 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쿼터만 가지고 있고 어선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 규모의 러시아 어업회사들이 많았다. 한국의 수산회사들은 이러한 러시아 회사들과 합작사를 만들고 배를 현물 투자해 이 쿼터를 이용해 명태를 잡았다. 그런데 몇 년간 러시아 어업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대형 어업기업들이 쿼터만 가지고 배는 없는 이런 중소 회사들을 사들였다. 한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쿼터는 줄었고 남아 있는 쿼터의 판매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합작사를 만들어 러시아에서 명태를 잡는 한국 배들은 7개 선사의 선박 11척만 남았다. 2014년 한국의 14개 선사가 23척의 어선을 명태잡이에 사용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어선들도 쿼터가 부족해 100%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의 대응방안

러시아 정부는 한국에 자국 수산업에 투자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고기만 잡지 말고 수산 가공업 및 수산 인프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수산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명태처럼 러시아 수역에서 우리 어선이 잡는 어종은 특별한 가공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러시아 극동 지역은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편법으로 어획 쿼터를 사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이제 명태를 가지고 황태, 코다리 등으로 가공하기에는 너무 따뜻하다. 이제 근본적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수산업 협력을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자국 수산물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체 어업, 수산업에서 새 판을 짜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료 제공=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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