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인사, 이게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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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인사, 이게 최선인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2.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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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최근 실·국장 인사를 마무리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본부 실장 세자리와 국장급 열두 자리를 예전 해운항만청 출신이 차지했다. 이게 통합 행정을 추진해온 해양수산부가 보여주는 최선의 인사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공직자들은 어떤 임무를 부여받건, 해당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정책 수요자들에게 최상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만큼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때문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실·국장 인사에 의문과 의심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신 여하를 떠나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능력을 발휘하거나 능력을 보유한 이들이 천거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 결과는 능력보다는 경력 쌓기를 위한 배려와 나눠먹기, 특정 부문 출신의 뿌리를 말살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번에 임명된 수산정책실장은 지난 1993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수산 관련 정책을 담당한 적이 없다. 전문성 여부를 떠나 예전에 경험이 없더라도 능력과 노력, 관심만 있다면 최상의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비전문가이지만 예상외의 호평을 받고 실적을 거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임 수산정책실장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애정과 관심,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데 수산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운항만 분야는 서비스 분야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정책의 변동성이 적다. 항만을 건설하고 항로를 개척해 물건을 실어나르는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주 업무다. 국가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정책 담당자는 물론 수요자들도 변화나 급격한 변동은 적은 편이다.

수산은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크게 다르다. 정책 수요자인 어업 현장은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고 다양한 형태의 생산 활동에 많은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가 발생한다.

이러한 수산업의 특성 때문에 현장을 외면할 수 없고 현장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수산업 전반의 정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험과 업계와의 협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임 수산정책실장은 해운항만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틈날 때마다 예전 자신의 수산 분야 근무 경험과 실적을 꼽기도 했다. 실장 재임기간은 보통 1년 남짓이다. 이 기간 동안 복잡다양한 수산 현장을 파악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번 인사로 해양수산부 내 실·국장은 물론 과장급도 수산 분야(수산청) 출신은 손에 꼽을 만큼 축소됐다. 수산정책실 산하 3개국 12명의 과장 중 수산 분야 출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과장이 업무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장과의 소통 부재로 정보나 의견 교환이 막히기 쉬운 것이다.

소외 또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평이나 불만이 아니다. 해당 분야 최적임자를 선택하고 보직을 부여하는 것이 산업의 발전을 담보하고 수요자들을 위한 일일 것임은 자명하다.

지난 1996년 당시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이 통합해 바다 관련 산업을 통합 운영하는 정부 기관으로 출범했던 해양수산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농림부와 건설교통부 소속으로 흩어졌던 해양수산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재탄생했다.

재출범의 가장 큰 이유는 바다 관련 정책의 일원화였다. 또한 해운항만과 수산 분야는 국토해양부와 농수축산부에서 더부살이의 설움을 톡톡히 겪으면서 의기투합의 손을 맞잡았다. 지난 2013년 재출범 당시 해양항만(해운항만청)과 수산은 지분을 절반씩 나눠 명실상부한 통합 행정의 깃발을 내걸었다.

재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해운항만과 수산은 각자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 교류라는 명목으로 수산 분야(수산청) 출신 인사가 공통부서인 감사담당관은 물론 해양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 교류 원칙과 다양한 정책 경험을 내세운 특정 집단의 독식 현상이 드러나고, 재출범 10년이 지나기도 전에 지분의 90% 이상을 해운항만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게 통합 행정을 내세우는 해양수산부의 최선의 모습일까?

해양수산부 전직 장관을 지낸 인사는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이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 단체는 물론 퇴직 공직자들의 모임까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출범의 의의를 살리고 진정한 통합 행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발언의 저변에 담긴 뜻과 행동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수산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절대 반대를 주장한 이유도 통합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반발과 불만을 추스르고 업계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결국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목표와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동반자적 배려와 협력이 없다면 한 지붕 아래 가족일지라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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