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어업공동체에 자율성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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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관리어업공동체에 자율성 높여야 한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2.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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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관리어업공동체 지원·육성의 근거가 되는 시행령이 제정돼 오는 19일 시행에 들어간다. 그동안 해양수산부 규정(훈령)만으로 운영되던 ‘자율관리어업 육성과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월 18일 자율관리어업의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자율관리어업법’을 제정한 데 이어 이번에 시행령을 제정함에 따라 자율관리어업의 육성 및 지원에 내실을 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정된 시행령에는 자율관리어업 정책 목표와 기본 방향,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지원방안, 교육훈련 등 교육 근거, 공동체 지원 대상과 규모, 부정 사례에 대한 징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01년에 시작된 자율관리어업은 출범당시 63개에 그쳤으나 지난해 1111개의 공동체가 운영될 만큼 이제는 어촌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동체 활동이 어촌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수협이나 어촌계가 담당해오던 어촌사회 경제적 주체로서의 기능도 공동체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어업인 스스로 어장 및 자원을 자율적으로 관리해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이 이제 정착돼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번 법과 하위법령 마련을 계기로 자율관리어업이 어촌의 풀뿌리 조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연근해 어업 관련 정책 중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율관리어업이 사업 초기 목적에 부합하느냐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관 주도형 사업 진행이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어촌계와 지구별수협은 자율관리어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0%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자율관리어업 활성화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만 성과에 공감하고 있어 자율관리어업의 어촌사회 기여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행 제도하에서 자원을 관리하고 지원 및 육성자금도 사용해야 하는 제한적인 규제 때문이다. 어업인 스스로 수산자원을 관리·운용한다는 공동체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법과 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열심히 활동한 공동체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동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육성 및 지원이 활동의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 자율관리어업의 세부 규 정을 담은 시행령은 오히려 어업인 스스로의 자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시행령은 자율관리어업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법 등을 담은 ‘자율관리어업 육성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그에 따른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해 시·도에 전달하며, 시·도에서는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동체 재정 지원과 포상 절차, 과태료 부과 기준을 담고 있다.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열린 지난해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공동체 설립 요건을 최소 10인 이상으로 강화하고, 육성사업비를 사용할 수 있는 항목 확대가 검토되기도 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도록 검토한 것이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자율관리어업 공동체 운영의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벌칙 규정을 시행령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활동실적 평가 자료 거짓 작성과 제출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공동체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육성사업비 지원 역시 족쇄가 될 수 있다. 어업인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방안과 결과에 따라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자율관리어업 지원의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는 5단계로 나눠 육성사업비가 차등 지급된다. 지난해 1111개소 공동체에 대한 평가에서 선진공동체 71개, 자립 291개, 모범 311개, 협동 423개, 참여 15개로 평가됐다. 각 단계별로 지원 규모가 다르다. 참여부터 선진공동체까지 지원받는 금액이 10억 원에 이른다.

어업인 스스로 어장을 보호하고 자원관리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변화되는 바탕 위에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만 재정 투자에 대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는 각 단계별 육성사업비 지원이 공동체의 가장 큰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관리어업은 자원관리에 있어 획기적인 이정표가 되는 수산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산자원 관리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효과도 나오고 있다. 고질적인 어업 갈등을 해소하고 고령화되는 어촌사회에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원과 관리, 육성, 단속 등 모든 권한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면 자율관리어업은 존속과 유지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육성,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자율성을 옥죈다면 더 이상 ‘자율’이라는 명칭 사용도 없애야 한다.

이번 ‘자율관리어업법’과 시행령 시행은 자율관리어업이 오히려 관 주도로 변형되는 듯한 모습이다.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율관리어업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어업인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 자율관리어업에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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