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수산업 생존법] 국내 원양산업 발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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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수산업 생존법] 국내 원양산업 발전방안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1.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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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선박·선원 둘러싼 고질적 문제 해결 시급

선원 교대·편승·본국 송환 때 운반선 및 다른 선박 활용 시 애로
옵서버, 무인감시 시스템 활용해 비대면 감시 시스템 도입 가능
소비 패턴 변했는데 비대면 온라인 활용하는 원양업체 극히 일부
영세 중소업체 위해 원양 어획물 망라한 공동 브랜드 개발 필요

 

이동욱 한국원양산업협회 전무이사

지구촌이 코로나19 사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시기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반경이니 거의 지난 1년간 전체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과학자들의 밤낮 없는 노력의 결과물로 완치율 90% 혹은 이보다 상회하는 백신을 개발해 최종 임상실험을 마치고 제품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행, 항공산업뿐 아니라 노래방, 식당 등 많은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를 초토화시켰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원양어업은 그래도 공장은 가동되지 않았나”라고. 여기서 공장은 선박(어선)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가동되고 있는 공장이 과연 정상적인지 반문해본다.   



원양어업, 무엇이 문제인가
원양어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어장, 선박, 선원이 조화를 이룰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한걸음 나아가서 정상적인 판매 및 유통(적절한 어가)이 더해지면 하나의 산업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시기에 우리 원양어업은 과연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가.
먼저 선박부터 살펴본다. 하기야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그 이후의 선박에 대해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다만 고장, 수리 등 비상시 원활한 부품 조달이 안 된다는 점은 문제가 된다. 
원양어업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먼 거리의 공해상 또는 외국 수역에서 조업을 펼치고 있어 기관 수리 등을 위한 부품 공급 시 운반선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해외 기지로 이들 부품을 항송(항공기로 배송)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약이 있어 선박의 안전 항해에 크나큰 어려움을 주었다. 
이뿐 아니라 선박의 안전검사 문제는 업계의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원양어선은 관련 법규에 따라 정기검사 및 중간검사(제1종, 제2종)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기지가 항만 및 항공까지 막혀 있다 보니 선박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관계당국에서 선박검사를 일시 유예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고, 이런 과정에서 한국선급(KR) 등 검사기관이 검사원을 해외로 파견해 선박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은 큰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코로나19 이후 선박검사 등의 비대면방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어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장의 경우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조업 중 본선의 어창이 가득 찼을 때 어획물을 운반선에 전재하거나 컨테이너에 옮겨 실을 때, 연안국에서 본선 또는 운반선의 입항을 극히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업에 임할 때도 대부분의 연안국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으나 투명한 어업을 위해 선박 내 옵서버 승선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항공길 봉쇄에 따른 입·출국 통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원 교대 ‘국제미아’의 아픔
코로나19 시기에 우리 원양업계에 가장 많은 타격을 줬고 힘들게 한 것이 바로 선원 문제다. 현재 우리 원양어선에 승선하고 있는 승선원의 경우 외국인 선원의 비중이 전체의 70~80%에 달하는 등 외국인 선원의 구성비가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원의 교대, 편승, 본국 송환은 무엇보다 중요한 어업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하늘길, 바다길이 엄격히 제한되다 보니 선원 교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장기조업으로 갈 수밖에 없었으며 그중 일부는 본국 송환이 안 돼 자칫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는 위기도 있었다. 
단순히 코로나19만을 생각해본다면 장기간 원양수역에서 조업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양어선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안전한 코로나 청정지역인데도 방역상의 문제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고 홀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모임이 불가해지면서 주요 수출어종인 횟감 참치의 경우 대일본 수출가격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우리 업계의 어업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유통상의 심각한 피해가 있었다. 또한 대미 수출품목인 이빨고기의 경우도 참치와 마찬가지로 수출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이 외 대부분 원양 어획물의 경우도 유사한 실정이었다.

코로나 이후… 대안은 없는가
자! 이제는 코로나19 이후 원양어업의 활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또한 대안을 검토해보자.
거꾸로 선원 문제가 1번이다. 사실상 아무리 코로나19 시대라 하더라도 원양어업을 영위하려면 필수 선원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조업 중 불가피한 교대도 있어야 하고, 조업을 끝내면 각자 ‘고향 앞으로’ 즉 본국으로 송환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모든 것이 본선을 통해 이뤄진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필요시 운반선이나 다른 선박을 활용해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음 사항을 점진적으로 검토해나가야 할 것이다. △해상에서의 특수성을 감안해 내·외국인 선원의 이동과 우리나라 입·출국은 본선뿐 아니라 운반선, 다른 선박 등도 가능토록 조치 △관련 법에서 규정하는 필수 법정해기사를 제외한 승선인원(특히 외국인 선원)을 축소하는 방안 △외국인 선원의 원활한 교대를 위한 조업지원선 등 운영 △외국인 선원이 국내에서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선원회관 운영 △무인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조업 후 당직근무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안 등이다.
둘째, 선박 및 어장 문제다. 제시 가능한 몇 가지 사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조업 시 선박에 반드시 승선해야 하는 옵서버의 경우 무인감시 시스템(세콤 등)을 활용해 비대면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 △먼 훗날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선박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을 통한 항해 당직근무의 유연성 확보 △비대면 화상으로 하는 선박검사방안 △비대면 화상을 이용한 선원의 원격진료 및 치료(원격진료는 현재 시범사업 중이며, 관련 법규 완비 시 본사업 운영 가능) △어장에서 조업 중 비대면 화상으로 하는 선박의 원격수리 등이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주목하자
셋째, 비대면 유통망 확충이다. 그동안 원양업계는 냉동라운드 형태의 판매가 주된 유통 형태이거나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서 살코기만을 발라낸 스테이크 형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참치 대일 수출 등은 일본 현지 소비 격감에 따라 어가가 반토막나는 등 수출고 감소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참치뿐 아니라 오징어, 명태, 꽁치 등 주요 어종의 가공 및 판매 형태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수산물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라운드 위주의 소비 형태가 가공 형태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특히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그 품목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HMR시장 규모는 2018년 3조2000억 원, 2019년 4조 원에 육박하고,2022년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볼 때 1, 2인 가구 증가,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에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외식 억제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일부 대형선사에서는 자체 또는 유통 플랫폼(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을 활용한 온라인 판매망을 통해 수산물 HMR 제품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대면 온라인몰을 적극 활용하는 원양업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중소업계에서도 판매망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자체 고유 브랜드가 없는 중소업체를 위해 그들이 생산한 원양 어획물을 망라하는 공동 브랜드 개발도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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