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지원정책의 관점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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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 지원정책의 관점 변화 필요
  • 장승범 기자
  • 승인 2020.12.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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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어촌은 평균수명의 증가와 청년층의 이탈로 거주민의 고령화가 도시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고령인구의 비중은 14.9%, 농어촌지역(읍·면 단위)은 23.5%인 반면 어가인구 중 고령화 비중은 39.2%에 달하고 있다.

어촌에 어가 인구만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촌과 비교할 때 어촌의 고령화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 어촌의 경제적 기반인 어업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산업과 어촌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방지하기 위해 어촌의 청년층이 도시로 이주하지 않고 어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도시 인구를 어촌으로 유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귀어·귀촌 지원정책은 도시 인구를 어촌으로 적극적으로 유입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활동이다.


정부는 2010년 귀어·귀촌 종합대책을 수립해 귀어·귀촌 지원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귀어인의 수가 2013년의 690명에서 2015년에는 107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귀어인의 수가 감소해 2019년에는 959명을 기록했다.

귀어인의 감소에 따라 귀어 가구원 수도 2015년의 1446명을 고점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1234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귀어·귀촌 지원정책이 추진된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귀어·귀촌 지원정책을 되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도시민이 귀어를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3가지 장벽이 있다. 기술적 장벽, 경제적 장벽, 사회적 장벽이 그것이다.

기술적 장벽은 귀어 이후 어업에 종사하기 위한 각종 어선 조종법, 어구 사용법, 양식기술, 양식장 관리법 등 어업기술을 의미한다. 경제적 장벽은 어업에 종사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부담을 의미한다.

어선어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어선을 구입해야 하고, 양식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양식장을 임대하거나 구입해야 한다. 


이때에 소요되는 자금 규모가 농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크다. 사회적 장벽은 귀어인이 어촌에 정착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화적 충돌을 의미한다. 어촌은 도시와는 다른 생활양식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 의해 귀어인과 기존 주민 간에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수행되고 있는 귀어·귀촌 지원정책은 대부분 기술적 장벽과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귀어학교 운영, 귀어닥터, 창업어가 멘토링 등은 기술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며, 귀어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청년 어촌 정착 지원 등은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귀어 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귀어인의 기술적 장벽과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귀어·귀촌 지원정책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사회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귀촌 지원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민 어촌 유치 지원사업과 귀어닥터의 활동 중에 일부 유사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귀어인이 어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귀어학교의 프로그램도 귀어인이 어촌에 정착하는 단계까지 구성돼 있다.

 
귀어인 중 3분의 1~2분의 1가량이 5년 이내에 이탈하고 있으며, 귀어인이 어촌을 떠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어촌 주민과의 불화인 상황에서 귀어인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귀어인의 어촌 사회 적응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하다.

도시에서는 개인이 각각의 경제 주체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어촌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을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촌일수록 어촌공동체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어촌에 정착할 수 없다.

어촌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귀어인과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는 도시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촌 주민의 충돌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귀어·귀촌 지원정책의 관점을 확대해 기존의 기술적 장벽과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더해 사회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도입이 요구된다.

귀어는 단순히 어업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을 도시에서 어촌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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