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과 수산업 지원정책 함께 추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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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어선원 처우 개선과 수산업 지원정책 함께 추진돼야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12.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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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최근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 근로조건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한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정부는 외국인 어선원의 최저임금을 국내 어선원과 동등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산업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적 자원이 된 지 오래다. 수산업계도 어선원뿐만 아니라 양식장, 가공공장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거친 바다 위에서 작업해야 하는 어선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어선원을 확보하는 것이 선주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어선어업 경영 상황도 외국인 어선원들의 활용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다.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국내외에서 인권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6월에 수립한 ‘외국인 어선원 인권 보장 및 관리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노·사·정 합동으로 협의체(T/F)를 구성해 외국인 어선원의 근로조건, 근로환경, 인권침해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초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를 발족해 어선원의 노동환경과 산업안전 실태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연이어 나온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국내 수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외국인 선원의 권익을 챙기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울 것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우리 수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산업 경영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며 수산업의 미래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어선원들의 노동환경 개선 등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어려운 수산업계의 여건을  감안해 공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현장과 괴리감이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외국인 노동 인력 수급은 선원법 적용을 받는 20톤 이상 어선의 경우 해양수산부 업무 위탁을 통해 수협이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선원제, 20톤 미만 어선 및 양식어업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허가제도로 이원화돼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자 양산, 임금 체불, 잦은 노동 현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원화된 외국인 선원 수급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와 같은 제도가 이어진다면 불법 체류자 확대는 물론 외국인을 고용한 어선주들까지 범법자가 될 우려도 높다. 원활한 선원 수급은 물론 안정적인 어업 활동 보장을 위한 선원 수급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20톤 이상 근해어선과 원양어선의 외국인 어선원들은 선원법 적용을 받는다. 선원법에는 어선원 최저임금, 근로계약, 근로시간, 휴식시간, 승무정원, 응급처치 담당자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규정을 연안 어선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어업인의 경영 상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연안어선 규모에 따른 단계적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이 어업인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경우 폐업을 희망하는 어업인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가지는 외국인 선원들을 고용하는 선주, 즉 어업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 고용주들이 파산할 경우 피해가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이 현장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어선어업은 어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높다. 또한 국내 연근해어업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임금 체불 등의 나쁜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선주가 관행적으로 숙식비와 생활용품 등 다양한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규모는 이미 정부의 최저임금제 보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럽고, 위험하고, 힘들고, 원격지에서 근무를 한다는 4D산업이라는 것을 어선주들이 상쇄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산업계는 자원 감소와 생산비 증가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원 역시 어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인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 인력이 필요악이 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어업인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제도 개선이 진행된다면 고용 인력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 내·외국인 차별 금지는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어업인을 보호하고 수산업 현장 상황을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에만 치우친다면 수산업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용 안정과 노동 보호, 산업 종사자들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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