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동일화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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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동일화는 시기상조다”
  • 장승범 기자
  • 승인 2020.12.07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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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본부 선원지원실장

우리 연근해어업이 심각한 구인난에 직면해 어업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협은 어선원 수급 불균형 해소를 통해 어업인들의 원활한 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1996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한 외국인 선원 도입을 시작으로, 2007년 외국인 선원제도(20톤 이상 연근해어선 대상)로 전환된 이후 지금까지 약 3만5000명 이상의 외국인 선원을 입국시켜 연근해어업 분야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했으며, 2020년 11월 말 현재 전국의 어업 현장 곳곳에서 1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선원이 근무하고 있다.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한국인 선원이 1만4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선원은 이제 우리 어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 선원과 동일하게 책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어업 현장 경영에 막대한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2020년 기준 내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221만5960원이며 외국인 선원은 172만3497원인데, 이를 내년에는 내국인 선원 최저임금인 224만9199원(잠정)에 맞춰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2021년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안(182만2480원)과 비교하면 1인당 약 월 43만 원 인상이 예상되고 부가적으로 퇴직금 및 보험료 등이 상승하게 되므로, 아무런 완충 단계 없이 내·외국인 선원에 대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르게 된다.

정부와 인권단체 등은 내·외국인 근로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선원법 조항을 내세워 최저임금 동일 기준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고용주가 외국인 선원에게 숙식 무상 제공 등의 생활 지원을 하고 있고, 외국인 선원의 특성상 내국인 선원에 비해 의사소통 및 업무숙련도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의 임금을 모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현지 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의 임금 수준으로도 상당한 고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등의 제반 사항을 고려한다면 작금의 갑작스러운 내·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동일 적용은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정책 추진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현행 선원법에 근거해 선원노조와 선박소유자단체 간 협약으로 정하게 돼 있으며, 이에 따라 노사는 외국인 선원의 임금 현실화(육상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급격하게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 선원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업의 여러 가지 현실을 고려해볼 때 시기상조로 판단되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어업의 다양한 구성원들 간에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문제임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 어업에 있어서 이제 외국인 선원은 필수 구성원이 됐다. 고용주도 외국인 선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며 외국인 선원 역시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고용주와 외국인 선원 간의 상생·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인 어업 경영을 위해서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결정 문제는 단순하게 내·외국인 차별 금지라는 법률 문구의 합치 여부에 국한돼 있지 않으며, 어업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어업 경영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해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의 틀을 선원노조, 고용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 내지는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가져와서 어선어업의 특수성, 외국인 선원의 노동생산성, 의사소통, 국가별 GDP 및 최저임금의 차이 등 합리적 차별의 불가피성, 고용허가제(20톤 이하)의 육상최저임금 적용, 선주의 비용 상승 부담에 따른 어업인 지원책 강화 등 심층적인 논의와 함께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당사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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