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키지 못한 해경 존재이유 뭔가
상태바
국민 지키지 못한 해경 존재이유 뭔가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11.02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양경찰(이하 해경)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난 2014년 5월 해체되는 수모를 겪었던 해경이 2017년 경찰청에서 독립돼 부활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해체해야 한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종합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사건에 대한 해경의 수사를 불신하며 책임론과 해체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 해경 해체 주장을 촉발한 것은 해경의 실종 어업지도 공무원에 대한 수사 결과다.

해경은 국정감사에 앞서 열린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수사’ 관련 간담회에서 해당 공무원이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대해 유가족은 물론 야당 의원들이 작심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해경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운천 의원은 어업지도 공무원이 실종된 지 6시간 동안 해경이 아무 노력도 안 했고 지켜야 할 국민을 놔두고 있었다며 세월호 아픔을 잊은 해경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및 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하고, 구조·구난 기능은 해양수산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해경에 대한 불신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 이전에도 어업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적을 위해 생계형 어업인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현장 어업인들의 주장도 속출하고 있다. 어업인의 안전이나 바다 자원의 보호를 위한다기보다는 해경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도 하다.

국민을 지키지 못한 해경은 해체돼야 한다. 정부 기관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거나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폐지되는 것이 당연하다.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해경 본연의 임무인 구조임무 수행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이번 공무원 실종 피살 사건 역시 구조 임무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크다. 자진 월북이라는 수사 결과도 사실이 아닌 추정에 근거했다는 주장이 강하다.

해경은 지난 9월 창설 67주년을 맞아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헌신·봉사하며 신뢰받는 해경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다에서 어떤 재난·재해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종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실종 국민을 지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면피성 결과에 치중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해경은 지난 1953년 해양주권선을 수호하고 어업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으며,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가 2014년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이후 2017년 부활했다.

지난 2014년 해체 당시 가장 큰 이유가 세월호 사고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몸집 키우기에 매달려 정작 본연의 임무인 인명구조나 인력 확보, 사고에 대비한 훈련 부족이 해경의 운명을 결정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해경은 국회에서의 지적 사항을 철저하게 분석해 향후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나 국민들로부터 받는 불신에 대해 해경으로서는 억울하거나 서운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한 결과를 부정당하는 심정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임무와 존재이유를 망각할 경우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우선 이번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사건에 대해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공식으로 발표해야 한다. 대통령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다. 따라서 진실을 밝히는 데 해경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 간의 이해 관계를 고려한 정부의 입장만을 고려한다면 크나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밝히고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나 의심스러운 면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결과 발표를 약속해야 한다. 이것은 해경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사건에 대해 해양수산부도 비난에서 예외일 수 없다. 내 가족이 실종됐음에도 일주일 동안 어떤 조치나 행동도 보이지 않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현장 방문도 없었고, 해경의 수사나 수색작업에 대해서도 남의 일로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숨 죽이고 입단속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옳게 보이지 않는다. 

제 집 자식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부모를 어떤 자식이 믿고 따르겠는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해양수산부도 존재 가치를 잃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