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질의 실종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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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질의 실종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10.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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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양수산부에 대한 정책 검증과 조사, 심의가 실종됐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정부 정책 전반에 걸쳐 감시, 조사, 비판, 검증을 하는 국정조사는 국회 활동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피감기관은 최고조의 긴장감이 흐르고, 국민들의 관심도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다. 21대 국회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번 국정감사 역시 정부 정책의 감시, 감독, 심의 필요성이 높아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경제, 수출, 국제교역은 물론 당장 먹고사는 문제까지 현안들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가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한데 이번 해양수산부 국정감사는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의 실종 및 북한 수역에서의 피격 사망사건에 파묻혀 정책 감사가 실종됐다. 그 사건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일이기에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논의가 오갈 수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의원이라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소위 한 건(?)만 할 수 있다면 무리수를 둘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는 정치 공방이나 폭로, 과욕으로 말미암은 해프닝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국회는 물론 피감기관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국회에서는 질의 내용과 자료를 요청하고, 피감기관에서는 답변 자료와 함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눈치싸움도 치열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해양수산부의 국정감사는 어느때보다 조용히 흘러갔다. 국가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총기로 죽임을 당했다는 초유의 사태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입을 닫았고 직원들 역시 눈치만 보는 상황이 됐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온통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의 실종 및 북한수역에서의 피격사건에만 질의가 집중됐다. 증인 채택에서부터 질의 순서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치고 받는 모습만 연출됐다. 수사 진행 상황과 내용, 자진 월북 여부, 고장난 CCTV, 구명조끼, 국방부 발표 등 같은 내용을 반복 질문하고 답변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진상 규명보다는 상대에게 흠집을 내거나 입막음을 위한 방어막 치기에 몰두하는 모습만 보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해양수산 분야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자연재해로 산업이 붕괴 직전에 처해 있다. 어업 현장과 어업인들의 아우성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상 유례없이 어려운 시기에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심의와 조사를 기대했던 것이 실망과 아쉬움만 남기고 일단락됐다.

어촌 현장과 수산업계에는 수산물 소비와 수산식품 수출 부진,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연안·어촌지역 피해 발생, 한일 어업협상 지연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양식클러스터 사업은 대상 품종 선정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해 있으며, 어촌뉴딜 300사업은 올해 선정 작업이 완료되는 일몰을 앞두고 있다.

원산지를 속이는 수입수산물이 증가하고 있고, 연근해 조업 실적은 감소하며,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동·서·남해안을 가리지 않고 날로 확대·증가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그동안 8차례에 걸친 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진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생산과 유통, 가공, 수출 등 전 과정을 혁신하겠다는 해양수산부의 정책 의지와 달리 수산업의 침체는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자원관리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연근해어업은 감척사업에서부터 총허용어획량(TAC), 조업구역 설정, 금어기 및 금지체장, 어구 사용 규정 등 아직도 출발 지점에 머물러 있는 정도다.

고부가가치화·규모화로 성장 기반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해양수산부의 양식산업 정책은 오히려 퇴보한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개소당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스마트 양식클러스터사업, 대기업의 양식 참여는 정책 발표와 달리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로 발표됐던 뱀장어 인공종묘 생산 성공과 참다랑어 양식 기술 개발은 과장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의 실종 및 북한 수역에서의 피격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그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실종 공무원의 장례 문제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남북 공동조사 실시도 추진해야 한다. 정기 또는 임시국회 등 여러 가지 절차와 형식을 통해 추진하면 된다. 철저하면서도 명확한 진상 규명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국민의 가슴에 응어리진 부분과 불신은 확실하게 해소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시간과 장소가 국정감사일 필요는 없다. 정부 정책을 감사하고 조사·비판·검증하는 국정감사는 그 기능과 역할을 그대로 수행해야 하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특수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된다. 이것이 국정감사가 국회 활동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6일 해양수산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실종된 정책 질의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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