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식량안보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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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식량안보 포트폴리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10.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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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급격한 인구팽창,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촌 식량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물류 문제가 발생하면서 식량 공급에 위기를 느낀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1996년 로마에서 열린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안보를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그들의 선호를 만족시키면서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충분한 영양 있고 안전한 식량에 대해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이 정의에 따라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를 평가한 바에 따르면 식량 문제는 천천히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며, 특히 최근 코로나19는 영양 부족 상태인 지역과 사람을 공격해 더욱 어렵게 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정의에 의하면 식량안보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첫째는 가용성으로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가이다. 둘째는 안정성으로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식량을 얻을 수 있는가이다. 셋째는 접근성으로 식량이 존재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얻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가이다. 넷째는 유용성으로 그것이 ‘충분한 영양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충족돼야만 식량안보의 틀을 완성할 수 있다.

시장경제체제 국가에서 국민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도 높아져 식량 접근성 문제는 대부분 해소된다. 시장경쟁에 의해 안전하지 않거나 영양이 부족한 농식품을 만드는 생산자는 도태되고, 농식품의 가용성과 공급 안정성 문제는 식량을 생산· 수입·비축해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생산은 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식량처럼 생존을 좌우하는 재화의 공급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게 상당히 위험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식량 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수입경로를 유지하며, 비축수단을 확보해 언제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현대 경제에서 시장과 정부의 실패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는 흔하다. 정부의 힘만으로 식량안보 4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시장과 정부가 협력해 식량안보를 성취해야 한다. 접근성과 유용성 문제는 시장의 힘을 빌려 해결하고, 정부는 식량의 가용성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 힘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시장의 역할이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통해 접근성과 유용성에 대한 가계 차원의 식량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정부는 철저한 식량정책을 세워 가용성과 안정성에 관한 국가 차원의 식량 불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다.

식량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최소 비용으로 식량 공급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식량은 생산과 수입, 비축량 방출의 세 가지 수단으로 공급된다. 식량안보를 위해 관리해야 할 세 가지 수단은 각각 일정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식량안보 수준을 성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용과 위험도에 따라 세 가지 수단을 적절히 배합해 운용함으로써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식량안보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세 가지 정책수단을 적정하게 배합한 식량안보 정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작성해 포스크 코로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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