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춘래불사춘’을 이기는 바다의 주역, 수산인을 응원합니다
상태바
[특별기고] ‘춘래불사춘’을 이기는 바다의 주역, 수산인을 응원합니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4.10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꽃, 한낮의 포근한 햇살 그리고 마트 진열대에도 어느새 봄나물 등 제철 음식들이 선보이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좋은 시절이 왔어도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여의치 못할 때 은유적으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이 딱 요즘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기세가 온 지구촌 국가들의 하늘, 육지, 바다 국경을 꽁꽁 잠그게 하고 사람들의 일상도 180도 다르게 변모시켰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수산인들의 시름은 그래서 유독 더 깊다. 추운 겨울 묶어두었던 닻을 풀고 본격적인 봄맞이 출항에 나서지만, 위판장의 분위기는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평소에는 봄을 만끽하고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기 위해 어촌과 바다를 찾던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져 버렸다.  생선을 사거나 회를 먹으러 찾아오던 사람들로 활기 넘치던 위판장과 수산시장이 적막강산이 따로 없는 스산한 곳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제철 맞은 멍게와 미더덕 등 봄 전령사들이 판로를 찾지 못한 채 날로 쌓여간다.

“아, 올해는 아무래도 건너뛰어야겠지? 아쉽네! 아쉬워.” 
며칠 전 오랜 친구가 전화 안부를 전하며 했던 말이다. 1년에 꼭 한두 번은 보는 반가운 사이인데 우리가 거르지 않고 매년 즐겁게 행하는 만남이 ‘봄도다리쑥국 회동’이다. 우리 사이만큼 오래된 단골 가게에서 만나 매년 시원한 봄도다리와 향긋한 쑥을 듬뿍 넣은 국을 함께 나누어왔다. 이 모임을 해야 “봄이 왔구나. 또 한 해 잘 지내보자”라며 새봄을 시작하는 듯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아무래도 건너뛰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봄도다리를 비롯한 봄철 생선이 힘든 시국에도 조금씩 식탁을 찾아가고 있다. 온라인 마트 중심 판매 촉진과  정부·수협이 연계한 산지 직거래 활성화로 집에만 갇혀 지친 이들에게 신선하고 값싼 봄 수산물 구매 기회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긋한 쑥과 함께하는 봄도다리쑥국의 시원한 맛을 가족들과 집에서라도 나누기를 기대해본다.

매년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다. 수산업과 어촌의 소중함을 알리고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1969년 ‘어민의 날’로 출발한 후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가공 및 연관 산업까지 아우르는 수산 분야 최대의 기념일로 범위가 확장되면서 ‘수산인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수산인은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당당한 주역이다.

수산인의 날이 제정된 지 10년 뒤인 1979년, 우리 공단이 ‘한국어선협회’로 출발했다. 이후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당당히 출범했다. 어업인들의 삶을 어루만지며, 이들의 안전 항해를 책임졌던 어선협회가 약 반세기 만에 이름을 바꾸고 역할을 확대한 것이다. 도로 위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설립되었듯이 이를 바다에 적용해 변화하는 해양교통환경에 대응하고 해양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공단은 수산인을 위해 존재한다. 공단이 하는 일은 단순히 선박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일이다. 바다 위 사람들을 돌보고, 이들이 안전한 항해를 통해 바다에서 행복과 번영을 더해갈 수 있도록 함께 삶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수산인과 함께하고, 섬을 오가는 사람들의 안녕을 지키며, 화물선의 안전한 항해를 점검한다. 수산인의 안전을 책임지고 해양교통의 중심이 되는 이런 일들은 우리 공단에는 엄중한 책임감이자 자부심이다. ‘바다 위 인생’을 사는 많은 사람들과 기관을 돌보고 바다를 통해 사람들이 꿈을 꾸고 실현해 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한탄을 해도 대한민국 바다에는 어김없이 봄이 한창이다. 힘든 시기가 지나고 모든 수산인이 만선과 풍어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나가겠다. 우리 공단 임직원의 ‘바다’는 바로 ‘대한민국 수산인’들이다. 그 바다의 안녕과 번영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