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장어업계 연쇄도산 위기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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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업계 연쇄도산 위기감 확산
  • 안현선 기자
  • 승인 2019.11.1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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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업계, 내달 19일까지 한시적 조업 중단
소비 부진에 일본 수출길 막혀 재고량 증가
가을 장어 물량까지 겹쳐 활장어 가격 폭락
장기적 판로 확보하지 못하면 줄도산 위기

내수 부진에 수출길까지 막힌 바다장어업계가 결국 한시적 조업 중단을 선택했다. 어선별로 돌아가며 자율적 휴어기에 돌입하겠다는 것인데, 통발업계 스스로 휴어기를 정해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통영의 장어통발선주협회와 장어중매인협회는 최근 긴급 간담회를 갖고 11월 7일부터 12월 19일까지 어선별로 7일간 장어 조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휴어기에 동참하는 장어통발어선은 58척이다.

근해장어통발은 연간 9000톤~1만 톤에 달하는 바다장어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수 경제 부진과 젊은 층이 바다장어를 선호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소비가 부진한 실정이다.

게다가 바다장어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60%가량을 일본 수출에 의존해왔는데, 최근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일본 측의 수산물 검역 강화 조치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쌓여 있는 재고도 문제다. 판매처를 찾지 못한 바다장어 가공품이 냉동 창고마다 쌓여 있어 가을 성어기에 잡히는 장어가 활장어 경매장으로 몰려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예년에는 kg당 1만1000~1만2000원에 거래되던 가격이 최근엔 8000~9000원으로 떨어졌다.

10월 기준으로 근해통발수협이 냉동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바다장어 냉동가공품은 모두 450톤(55억 원)으로 지난해 말 150톤(22억 원)보다 3배가 증가했다.

근해통발수협은 그동안 바다장어 가공품을 처리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 대도시 박람회와 축제행사에 참여해 바다장어 소비 촉진행사를 벌여왔다.

또 국방부가 바다장어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2020년 군대 신규급식 제안품목으로 통영 바다장어를 지정했고 지난 10월 3차에 걸쳐 시범적으로 6톤(1억 2000만 원)을 납품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군대 급식용으로 납품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재고 소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고가의 식재료이다 보니 공급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어통발선주협회는 일단 이번 조업 중단 조치로 일시적이더라도 생산량이 줄어들어 바다장어 재고 물량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다장어의 장기적인 판로를 확보 못 하고,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면 2차, 3차 조업 중단사태도 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영철 근해장어통발선주협회장은 “생산과 수요가 동시에 줄고 있는 만큼 조업어선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며 “몇 년 전부터 정부에 어선 구조조정과 장어업계 회생 지원을 부탁했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바다장어는 활어로 생산·유통해야 제값을 받는데 새로운 판매처를 찾지 못해 안타깝다”며 “당장 조업으로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선원 임금 등 고정 경비 지출이 불가피해 조업 중단이 이어지면 장어통발 어업인이나 가족 생계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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